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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

[책리뷰] 뇌를 알면 아이가 보인다(김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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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나온 “뇌”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저자가 의사일 거라 지례 짐작했었는데 프로필을 보니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님이었다. 그동안 뇌 관련 책들을 종종 접하기는 하였으나 교육학자가 말하는 뇌는 어떤 것인지 매우 흥미로웠다. 책의 서두를 보니 “행복한 교육을 위한 우리 아이 두뇌 들여다보기”라고 쓰여 있어 무척 반가웠다. 적어도 이 책의 초점이 아이의 두뇌 계발이 아닌 행복한 교육이라는 것이기에 매우 마음에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 특히 “두뇌발달이 만 3세 이전에 대부분 완성된다”는 맹신으로 조기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선입관들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 최신 연구 자료를 근거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으며 그런 오해들이 아이의 뇌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부모는 아이에게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은 욕심에 여러 가지 사교육을 시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부모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아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뇌를 알고 가르치자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뇌에 대한 믿음과 오해, 그리고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다분히 의학 상식으로 흐르기 쉬운 내용을 교육학자답게 아이의 뇌를 중심으로 쉽게 풀어주고 있다. 최근 뇌 발달에 관련된 좋은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일반인들도 기본적인 상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업체에서 이런 결과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상업적으로 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학부모 스스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아기들은 물건을 집고, 입에 물고, 기어 다니면서 스스로 자신의 뇌를 부지런히 발달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어떠한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열심히 기어 다니는 영아에게 한글 카드를 들이밀고 하루 종일 영어 학습 비디오를 틀어놓는다. 부모가 아기에게 해 주어야 할 ‘조기교육’이라는 것은 아기가 마음껏 탐색할 수 있도록 “안 돼”라는 말을 줄이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많이 안아주는 것이다.

 책에 나온 ‘일반적인 뇌’와 ‘학대받은 뇌’ 사진을 보니 예전에 들었던 특강이 떠올라 무척 가슴이 아팠다.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분이 자신이 가르쳤던 말썽꾸러기 고아 두 명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는데 일 년 동안 정성들여 아이를 돌보아 한 아이는 무척 좋아졌지만 한 아이는 결국 포기하셨다고 했다. 나중에 고아원 수녀님께 들으니 좋아진 아이는 엄마가 돌 때까지 키우다 고아원에 맡겨졌고 다른 아이는 낳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졌었다고 한다. 그때 경험을 통해 엄마와의 애착관계와 스킨십이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몸소 깨달으셨다고 했다. 은퇴하신 초등학교 교사 분께서 뇌 발달에 대해 알리 만무하겠지만 이 사진을 보셨다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실까?

 


 저자는 책에서 유아기로부터 교육의 양극화에 대해 우려를 하며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무분별한 조기교육의 영향은 유치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사립유치원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학습을 시키느냐가 유명세의 척도가 된다.  심지어 외국인 교사에게 배우는 영어유치원을 선호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영어유치원이 엄청나게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딸아이를 위해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유치원을 찾느라 무척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보통 교육을 하는 유치원 찾기가 이렇게 힘든 현실이 참 암담할 따름이다. 하루 속히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정착되어 아이들이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펴며 즐거운 유아기를 만끽하기 바란다.
 
 영아기와 유아기를 거처 아동기가 되면 실질적인 기능과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이때 특이한 점은 시냅스의 가지치기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급격히 늘어났던 시냅스 제거가 활발해지면서 뇌의 각 부문이 전문화 된다고 한다. 강의에서는 이를 마치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발전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아동기의 양육 지침에는 제일 먼저 자아존중감을 키워주자는 내용이 나온다. 이미 자기 주도 학습을 공부하면서 많이 접해온 개념이지만 실제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예비교사들의 말처럼 아무리 장점을 찾으려 해도 장점이 보이지 않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때 저자의 말이 바로 정확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장점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 아이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가장 나은 부분을 보라”.

 이 책은 단순히 뇌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지 않다. 특히나 3부 실천편만 정독해도 어설픈 양육서 여러 권 읽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만큼 중요하고 핵심적인 육아 내용을 요약해 놓았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전두엽과 측두엽, 두정엽과 후두엽의 역할과 발달과정을 전부 꿰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로서 기본적이고도 정확한 지식 습득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ADHD 아동들이 증가하고 소아정신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더 이상 잘못된 정보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방해할 수는 없다. 
 소위 영재라고 불리 우는 아이가 있었고 그 부모의 육아방식을 따라 했더니 효과가 있더라는 소문으로 수많은 부모가 돌 지난 아기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어느 날 TV에서 그 아이의 모습을 본 순간 너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군인과 관련된 책에 푹 빠졌다며 군복을 입고 장난감 총을 들고 한밤중에 아파트 단지를 서성이는 모습은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자폐아와 같았다. 아마 그때부터 똑똑한 아이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욕심을 버렸다고는 하나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정말 옳은 길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는 거울뉴런이 있다고 한다. 내 말투와 행동을 고스란히 따라 하는 내 아이를 보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나는 아이와 실컷 뛰어놀고 많이 웃으며 지내려 한다. 서로의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많이 안아주는 것이 최상의 두뇌발달 방법이며 동시에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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